주말에 카페 가서 작업하는 이유
토요일 오전에 노트북 가방을 메고 카페에 갔다. 집에서도 책상이 있는데 굳이 나가는 건 비효율처럼 보인다. 그런데 몇 번 해 보니 이 루틴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어 가게 해 주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.
집에서는 자꾸 다른 걸 한다
집에서 작업을 시작하면 십 분 안에 빨래가 눈에 들어온다. 그다음엔 냉장고를 열고, 침대를 정리하고, 어느새 영상을 보고 있다.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 집은 원래 쉬는 곳이라는 신호가 너무 강하다.
카페는 반대다. 노트북을 열면 할 수 있는 일이 작업밖에 없다. 빨래가 없고, 침대가 없고, 누워서 볼 수도 없다. 주변 환경이 선택지를 줄여 주니 의지를 덜 쓰게 된다.
내가 정한 작은 규칙
- 한 번에 두 시간, 자리는 가능하면 같은 카페의 같은 쪽.
- 가기 전날 밤에 “내일 이거 하나만”을 메모해 둔다.
- 메모한 게 끝나면 그날은 끝. 더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.
- 와이파이가 느려도 할 수 있는 작업을 우선 고른다.
두 번째 규칙이 제일 효과가 컸다. 앉아서 뭐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사라지니 첫 십 분이 훨씬 가볍다. 지난주에 어디까지 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시간을 날린 적이 많았는데, 메모 한 줄이 그걸 막아 준다.
소음은 생각보다 괜찮다
조용해야 집중이 된다고 생각했는데,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. 완전한 정적에서는 작은 소리가 거슬리는데, 카페에서는 말소리가 하나의 배경음처럼 뭉쳐진다. 가사 있는 음악은 오히려 글을 읽을 때 방해가 돼서, 그럴 땐 가사 없는 연주곡을 작게 튼다. 코딩할 때는 크게 상관없는데 글을 쓰거나 설계를 고민할 때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.
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
- 커피값이 든다. 한 달에 몇 번이면 괜찮지만 매주 가면 은근히 쌓인다.
- 콘센트가 있는 자리가 한정돼 있어서 배터리를 챙겨야 한다.
- 오래 앉아 있으면 눈치가 보인다. 그래서 두 시간 정도로 끊고, 중간에 한 잔 더 시킨다.
- 이동 시간까지 하면 반나절이 사라진다.
그래도 집에 앉아 아무것도 못 하고 일요일 저녁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. 그 허탈감이 제일 싫다.
가방도 단순하게
처음에는 이것저것 챙겨 갔다. 마우스, 보조 모니터 대신 태블릿, 노트까지. 그런데 짐이 많을수록 나가기가 귀찮아졌다. 지금은 노트북, 충전기, 이어폰 세 가지만 담은 가방을 현관 옆에 걸어 둔다. 나갈 이유를 줄이는 것보다 나가는 데 드는 마찰을 줄이는 게 더 중요했다.
정리
어제도 한 시간 반쯤 앉아서 메모해 둔 한 가지를 끝냈다. 대단한 진척은 아니다. 하지만 이렇게 한 가지씩 끝내는 토요일이 쌓이면 결국 프로젝트가 앞으로 간다. 다음 주에는 다른 동네 카페를 가 보려고 한다. 자리가 바뀌면 기분도 조금 새로워질 것 같다.